멕시코이야기

[멕시코 이야기] 멕시코의 식당 문화

Blogin365 2022. 10.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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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식당 문화

멕시코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 멕시코시티점, 삼본스(Sanborns)
멕시코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 멕시코시티점, 삼본스(Sanborns)

멕시코의 식당 문화는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그것과 결을 같이하기 때문에 한국의 그것과는 꽤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해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유념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 여기서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캐주얼 식당 말고 아무래도 지킬게 많은 정식 레스토랑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입장에서부터 시작하자. 먼저 괜찮은 레스토랑 기준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식당이면 한국에서 예전에 그러했듯이 발레파킹 요원이 있는 경우가 있다. 당황하지 말고 식당 앞에 차를 세우고 교탁이나 의자 같은 곳에서 주차요원이 다가오면 창문을 내려 발레 요원인지 확인하고 차 키를 주고 내리면 된다. 유의할 점은 차 안에 귀중품이나 현금을 두지 않는 게 좋다. 식당에 입장하면 리셉션 같은 곳에 직원이나 웨이터가 기다리고 있고 그 사람에게 동행이 몇 명인지나 예약자 이름을 말해주면 된다. 멕시코는 기본적으로 어딜 가나 예약제이기 때문에 캐주얼한 식당이 아니고 사람이 붐비는 식사시간에 가는 거라면 미리 예약을 해놓는 게 좋다. 인원수를 말해주면 거기에 맞는 테이블로 안내를 하며, 자리가 맘에 안 들면 옮길 수 있는지 문의할 수 있다. 이때 자리를 안내해주거나 메뉴판을 가져다주는 웨이터가 당신의 전담 웨이터일 가능성이 높으니 얼굴을 잘 기억해두자.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착석하면 대게 메뉴를 바로 내오지만 식당이 붐비는 시간이라면 그렇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뉴를 골라도 웨이터가 바로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웨이터를 부르는 방법이다. 한국처럼 호출 벨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웨이터를 불러야 하지만 큰 소리로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는 것은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 검지 손가락을 들어 웨이터가 쳐다보기를 기다리거나 가까운 거리에 서 있거나 근처를 지나가면 슬쩍 부를 수 있다. 눈으로 레이저를 쏘며 계속 쳐다보는 방법도 있다. 빨리빨리의 민족에게는 이러한 눈치게임이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전담 웨이터가 중요한 것이 보통 해당 테이블에 배정된 전담 웨이터가 아니면 주문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당 웨이터가 맡고 있는 다른 테이블에 대단위 손님이나 객단가가 높은 손님들이 오면 내가 앉은 테이블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어 더욱 답답했던 경험도 있다.

자리에 착석하면 웨이터는 메뉴판을 가져온다. 메뉴판은 보통 1~2개로 이루어지며 2개인 경우 하나는 음식, 다른 하나는 음료나 알코올에 관한 것이다. 메뉴판 구성은 크게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디저트, 음료(논알코올 음료, 알코올음료, 차와 커피류)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뉴판을 주고 즉시 혹은 조금 후에 웨이터가 무엇을 주문할지 물어보며 이때는 보통 음료나 애피타이저 주문을 받는다. 한국의 식당과 달리 멕시코에서는 캐주얼 레스토랑이라도 기본 제공되는 생수가 없기 때문에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다. 따라서 조금은 번거롭고 부담스럽더라도 음료를 시키는 게 맞다. 식당의 매출과 웨이터의 팁과도 연결된 문제라 음료를 주문하지 않거나 인당 1개씩 주문하지 않으면 웨이터가 귀찮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는 생수, 탄산음료, 레모나다, 주스, 식전주 등을 시키면 되고 생수나 레모나다 등 음료는 Natural인지 Mineral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Natural은 무탄산이고(Sin gas), Mineral은 탄산(Con gas)이니 원하는 걸 시키면 된다. 인당 하나씩 시키는 게 부담스러우면 리터 단위로 큰 걸 하나 시켜도 좋다. 애피타이저는 필요 없다면 넘어가도 되지만 이것도 귀찮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자 하나씩 시키기보다는 간단한 음식 한 두 개씩 시켜 가운데(al centro) 놓고 나눠 먹으면 좋다.

애피타이저를 기다리는 중이나 먹는 중에 웨이터가 다가와 메인 메뉴를 묻는다. 보통 메인은 나눠먹기보다는 각자 하나씩 시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주 메뉴 구성은 탄수화물이나 야채를 곁들인 육류, 조류, 해산물 등의 요리다. 해당 식당에서 잘하는 메뉴를 고르는 게 좋고 잘 모르겠으면 다른 테이블에서 많이 먹는 걸 살폈다가 주문하면 된다. 웨이터에게 추천받을 수도 있지만 주로 가장 비싸고 마진이 많이 남는 요리를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인 기준으로 요리가 짠 경우가 많으므로 덜 짜게 해달라고 미리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인 요리를 가져오면서 동시에 애피타이저를 치울지 물어보고 애피타이저를 덜어먹었던 앞접시 및 포크를 치우고 새로 내오는 경우가 있다. 식기는 비워지면 바로바로 치우는 것이 문화이니 당황하지 말자. 식사 도중에 웨이터가 중간중간 와서 식사는 맛이 있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나 주목적은 음료를 더 마실지, 주문할 음식은 더 없는지 등을 묻는 것이다. 별로 필요하게 없다면 괜찮다고 말하고 그래도 계속 귀찮게 물어오면 음료 한두 잔 정도를 더 시키면 된다. 음료 잔이 비어있으면 더 먹을지 계속 물어보기 때문에 음료가 더 필요 없다면 반 정도 남겨두고 천천히 마셔도 된다. 음식은 소리 내서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테이블 보가 깔려있으므로 포크와 나이프로 더럽히지 않는 게 좋다.

메인 요리 식사가 끝나면 디저트로 넘어간다. 디저트는 안 먹고 나오는 경우도 있으나, 정식 레스토랑이라면 보통 먹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디저트는 주로 단 음식으로 케이크이나 아이스크림, 푸딩 등에 과일은 얹어준다. 한국인 기준에서 지나치게 달아 한 입 먹고 숟가락을 놓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선택에 주의를 요한다. 디저트도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한 두 개 시켜서 가운데 놓고 나눠먹어도 괜찮으며, 디저트와 함께 차, 커피류나 식후주를 곁들인다.

디저트까지 해치우면 계산을 해야 한다. 계산 역시 눈치 게임이다. 한국처럼 카운터에 가서 계산하는 경우는 패스트푸드 점이 아니면 거의 없고 테이블에서 기다렸다가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요청해야 한다. 계산서를 요청한 후에는 카드기나 잔돈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또 한참이다. 계산서를 받아 들면 일단 잘못 계산된 게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 후 현금이나 카드를 계산서 커버에 넣고 웨이터를 또 기다린다. 여기서 중요한 게 팁인데 미국 기준으로 음식값의 15~25%까지 팁을 주지만 멕시코에서는 10~20%까지 주는 게 적정하다. 음식과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럽다 싶으면 20~25%, 그럭저럭 괜찮았다 싶으면 15~20%,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면 10% 정도를 주면 된다. 팁을 제대로 안 주면 웨이터가 쫓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 모르겠다 싶으면 15~20% 주는 게 맞고 적어도 10% 이상은 주는 게 좋다. 팁은 웨이터와 주방이 나누는 경우가 많으므로 웨이터의 서비스뿐 아니라 음식의 맛도 평가의 대상이다. 특히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때때로 팁을 지나치게 아깝게 생각하고 동전 몇 개 남기고 가거나 그냥 나오는 한국인들이 있다. 미국처럼 팁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팁을 많이 받기 위해 웨이터가 생색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멕시코에서 웨이터들은 월급이 아주 낮은 편에 속하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마인드로 팁을 너무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베푸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팁 계산은 카드나 현금 계산 시 몇 % 포함하여 계산해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계산을 모두 끝내고 나갈 때 계산서 커버나 테이블에 직접 현금으로 남기고 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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